커피 이야기

커피미업의 3년을 돌아보며

Jeff, Coffee Me Up 2016. 8. 1. 02:16

안녕하세요. 홍대 로스터리 카페 Coffee Me Up의 바리스타 / SCAE 유럽감독관 AST 김동완입니다.


정말정말 아주 오랜만에 수업이 없던 일요일.

그래도 언제나 그러했듯 '좀비'처럼 저는 홍대로 향합니다. 
(어제 좀비영화를 봐서 그런지 좀비로 빙의 ㅎ)

마침 홍대입구역에서는 제가 카페를 오픈할 시기에 친하게 지내던 Niall을 우연히 만났어요. 

Wow. How have you been Niall?


그 후 3번 출구를 이용해 공원길을 가로질러간뒤 매장으로 들어가죠. 그리고는 마치 '의식'처럼 긴 막대기를 이용해서 높은 장식장 위에 올라가 있는 스피커를 켠 뒤, 빗자루로 구석구석 청소를 합니다.
잠시 손을 씻은 뒤 첫 커피를 내려봅니다. 살짝 맛을 보고나서는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한 로스팅을 하기 위해 가스불을 켜지요.

바로 이곳은 '커피미업 오사카',

그러니까 제가 이 일을 시작한 바로 3년 전의 그 곳입니다.
혹자는 '본점'이라고도 하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제가 이곳을 찾을 때는 늘 이렇게 변함이 없군요.



어느덧 커피미업 매장은 4곳, 로스팅랩 1곳으로 총 5개의 장소.

뭔가 겉보기에 크게 성장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곳 한 곳만 운영할때가 돈을 벌던 때였답니다. 
아무리 이렇게 말해도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

뭐 돈 때문에 그런건 아니고, 

나의 인생을 조금은 바꿔준 이곳이 좋아서 저는 일요일에도 열심히 가게를 지킵니다.

물론 처음에도 그랬지만 이곳의 일요일은 참 평안해요.
헉헉 거리며 땀흘리며 혼자 일했던 토요일, 바로 어제와는 다른 조용하고 손님하나 없이 차분한 이 곳.
그래도 한두명의 지인은 잊지않고 찾아주는 이 곳.
그것이 이 곳의 특징이기도 하지요.


네, 
이제 저보다 훌륭한 커피미업 바리스타가 이곳을 지키는 날이 대부분이고 저는 물러나 있을때가 많지요.
그래도 가끔은 이 곳이 그리워서 커피미업 오사카의 '공식휴일'인 주말에라도는 제가 나오려고 합니다.


그렇죠. 
사실 직원들이 저보다 더 깨끗하게 또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어요. 

그래도 나만이 하던 방식으로 또 나만의 루틴으로 구석구석 청소도 해보고 

커피도 내리고 손님도 맞이하다보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기분이 나거든요.


사실 3년전과는 이 골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 당시 있던 주변 카페들은 대부분 사라졌고, 또 거대자본도 많이 들어왔지요. 분위기도 달라졌고요.
그래도 운 좋게 저는 아직 살아남아서 지내고 있는게 행운이기도 합니다.
언제까지 이곳에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저 일개 세입자에 불과하니까요.

하지만 힘이 닿는한 이곳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지키고 싶어요.

왜냐하면 이 곳에는 저와 함께 늦은 밤까지 커피를 마시던 손님들, 
허접한 커피라도 좋다고 마셔주며 이 곳을 운영할 수 있게 해주던 친구들. 
참 불편한 환경에서도 수업을 들으러 와주고 오히려 격려해주던 수강생들.
그리고 내 생애 젊은날 잊지못할 추억들이 너무 많이 녹아 있어서 이 곳을 놓고 싶지 않거든요.
.
.
종종 누군가는 말해요.
왜 이 카페는 늘 이렇게 올드한 음악과 낡은 분위기로 요즘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느냐고, 

그래서 '핫'한 가게가 될 수 있겠냐고...


알아요 저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장사'를 잘 할 수 있을지도.
또 어떤것이 '핫'한 카페인지도...


하지만 저는, 그냥 이대로가 좋아서 이 곳에 있는걸요.
그 추억의 노래들이 좋아서 이 곳에 오는걸요.

문득 커피미업이 3년이 지나버린 사실을 알고 끄적여 봤어요 


커피교실 & SCAE 유럽바리스타 자격증 교육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