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가려고 했던 곳은 아니었다. ⠀

    그저 날씨가 추워서 옷을 하나 사고싶었는데 이놈의 도시에는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옷가게가 없더라. ⠀
    그런데 문득 쇼핑몰이 하나 검색되는데 그건 버스를 타고 1시간쯤 가야하는 '툭스틀라' 라는 도시였다. ⠀

    장거리 버스를 타고 꾸불꾸불한 산길을 넘어가는데 마치 어린시절 초등학교때가 생각났다. ⠀

    아빠가 군에 있었기에 휴전선 근처 화천이라는 곳에서 중학교때까지 살았던 나는 이렇게 옷을 사거나 게임기를 사거나 등등의 이벤트를 위해 혼자 춘천 시내까지 1시간 가량 산을 넘어 버스를 타고 다녔었는데 그 덕분인지 멀미는 하나도 없었고 옛 추억이 떠오르는것이 참 좋았다. ⠀

    사실 그때도 동네에 옷이 없었던것은 아닌데 어린 시절에도 꼭 나이키 같은 메이커를 사고싶었던 나는 엄마를 졸라서 남들이 쉽게 못사던 비싼 옷을 사곤 했는데 돌이켜보면 참 죄송스럽고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일이지만 영원히 가슴속에 묻고 살아가야지. ⠀

    툭스틀라에 도착하니 바로옆에 쇼핑몰이 있다. ⠀
    그래봐야 작은 건물인데 이것만 딱 사서 가려니 뭔가 아쉬워서 이 낯선 도시를 걷는다. ⠀
    관광객이라고는 1도 없는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 ⠀

    30분쯤 걸었을까. 아주 작은 타코집이 있다. ⠀
    말은 통하지 않으나 뭔가 진정한 로컬 맛집의 스멜이 느껴진다.⠀

    4개의 돼지구이 타코세트와 콜라 한 병. ⠀
    달랑(?) 3천원!⠀
    옆에서 나를 지켜보던 현지인 부부가 말을 건다. ⠀

    자기소개를 하고나서도 한참을 이야기했을까. 다음에 오면 꼭 전화하라고 수줍게 휴지에 연락처를 건넨다. ⠀

    물론 말은 10%밖에 안 통했다. ⠀
    이럴때마다 드는 자괴감은 왜 나는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거다. ⠀
    맨날 돌아가면 스페인어좀 공부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막상 한국에서는 이런저런 핑계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책 한번 본 일이 없다. ⠀

    진짜 이번에 돌아가면 가게문을 가끔 닫더라도 종로에 있는 학원에 가서 열심히 해보려한다. ⠀

    여튼 이 친구와의 대화중에 카페추천을 하나 받았는데 자기가 데려다준단다. ⠀

    버스터미널 옆에 옷가게만 들렀다가 오려던 계획이 먼 타코집을 거쳐서 시내까지 나가게 생겼다. ⠀

    이 친구는 잘은 모르지만 밤에 길거리 푸드트럭처럼 햄버거와 핫도그를 파는 일을 하는것같은데 자기 부인을 뒤에 트럭에 태우고 나를 앞좌석에 앉힌뒤 카페에 데려다준다. ⠀

    아들하나 딸하나가 있다는데 이 트럭으로 열심히 키우고 있는것 같다. ⠀
    게다가 나랑 동갑인데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과 달리 나는 뭘 하며 지내는건지. ⠀

    나를 시내에 있는 카페에 내려주고 이제 일을 하러 간다고 한다. 짧지만 고맙고도 좋은 인연이다. 꼭 다시 와서 이들과 만나야겠다.⠀

    사실 산크리스토발은 우리나라로 치면 안동 하회마을 같은 삘이라 내 맘에는 안들었다. ⠀
    길거리에서 관광객 대상으로 전통 기념품을 만들어 파는 원주민을 볼때도 그렇고⠀
    아주 어린 꼬마가 힘든 짐을 지고 물건을 팔거나 구걸을 하러 식당에 들어오는것도 보기에 너무 불편하다. ⠀

    한두명에게 물건을 사주거나 어린 아이에게 달라는 돈을 준다해도 거기서 끝나는게 아닌 영원히 돌고도는 이러한 속박의 도시. ⠀
    그래서 나는 페루의 쿠스코 같은 관광도시는 피하고 싶은데 그런 의미에서 산크리도 실망스러웠으나 '툭스틀라'라는 관광지로는 전혀 아름답지 않은 이 곳에서 큰 즐거움을 얻고간다.⠀
    일반 관광객이 오면 (단 한명도 못봤지만) 아주 실망하고 갈법한 도시에서 말이다. ⠀

    아, 끝으로 커피 이야기를 해야겠다. ⠀
    이 친구들이 추천해준 아베니다 몰리도 라는 카페는 그야말로 진짜 카페스럽다. ⠀

    시가를 한대 물고 대화를 나누는 할아버지들과 그 옆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이곳에는 없는 카페 음악을 대신하고 있는 청년들. ⠀
    담소를 나누는 커플까지 딱 내가 꿈꾸는 장면이다. ⠀

    여기에 수십년간 이 곳을 지킨듯한 포스로 직접 로스팅을 하며 1킬로 원두를 1만원에 팔고 한 잔의 아메리카노를 1천원에 파는 저 주인 아저씨는 내가 바라는 나의 미래 모습이다. ⠀

    아참, 커피는 맛이 별로 없어서 반쯤 남기고 온 것은 비밀이다. ⠀

    하지만 내가 이곳에서 느꼈듯 커피맛이라는것은 '멋진 카페'가 되기위한 조건중 그저 한가지 조건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Coffee Me Up (Jeff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