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22년 추석, 즐거운 시간 되세요.

Jeff, Coffee Me Up 2022. 9. 10. 17:45

가족사진. ⁣

춘천, 정확히는 명절 고향 방문이 6년만이네요. ⁣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다음에는 가지 않았으니까요.⁣

처음 엄마가 돌아가셨을때가 떠올라요. 작은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하신터라 그럴줄은 상상못했죠. ⁣
힘내서 빨리 퇴원하시라고 제가 수박을 입에 넣어드렸던 게 생생해요. 그게 마지막이 될지는 몰랐지만요. ⁣

평촌 한림대병원에서 의사가 병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서 문틈으로만 지켜보다가 그와중에도 배가 고파서 앞에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었어요. ⁣

먹던중 병원에서 빨리 들어오래서 달려가 보니 이미 돌아가셨다고. ⁣
그깟 햄버거가 뭐라고 그거 먹다가 임종을 지키지도 못했는지 전 그날 이후로 햄버거를 안먹습니다. 아, 수박도 안먹습니다. 왜 꼭 불효자들이 돌아가시면 효자 코스프레를 한다잖아요. ⁣

그 다음해에도 비극(?)이 있었군요.  멕시코 COE에 간다고 탄 비행기 안에서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바로 귀국 해도 3일장을 치를 수 없는 거리라 역시나 임종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깟 커피가 뭐라고 말이죠.⁣

한동안 멍하게 지냈어요. 별 생각도 없었나봐요. ⁣
그런데 그 다음해 온두라스COE에서 커핑을 하는데 눈물이 쭉 나더군요. 어릴때 부모님이랑 살던 동네에 많이 피던 하얀 꽃 향이 커피에서 터졌거든요. 그게 산타루시아 게이샤 입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오늘 춘천에 왔다가 @ 컴포어 대표님이 내려주신 산타루시아에서 그 향을 느끼고 이렇게 적어봅니다. 감사합니다.⁣

조만간 현충원에 가서 오랜만에 두 분께 인사나 드려볼까봐요. 제가 커피하는걸 참 걱정하셨고 카페한번 와보시지 못했지만 오늘만큼은 제가 내린 커피한잔 대접해보고 싶은 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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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가신 직후, 엄마와 찍은 사진 한 장 없다는 생각에, 웃으면서 한 장 남기고 싶었는데 슬픈 표정은 숨기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

기쁜 명절에 깨끗하지 못한 사진과 이야기였습니다만 모두들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커피와 함께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