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춘천, 정확히는 명절 고향 방문이 6년만이네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다음에는 가지 않았으니까요.
처음 엄마가 돌아가셨을때가 떠올라요. 작은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하신터라 그럴줄은 상상못했죠.
힘내서 빨리 퇴원하시라고 제가 수박을 입에 넣어드렸던 게 생생해요. 그게 마지막이 될지는 몰랐지만요.
평촌 한림대병원에서 의사가 병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서 문틈으로만 지켜보다가 그와중에도 배가 고파서 앞에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었어요.
먹던중 병원에서 빨리 들어오래서 달려가 보니 이미 돌아가셨다고.
그깟 햄버거가 뭐라고 그거 먹다가 임종을 지키지도 못했는지 전 그날 이후로 햄버거를 안먹습니다. 아, 수박도 안먹습니다. 왜 꼭 불효자들이 돌아가시면 효자 코스프레를 한다잖아요.
그 다음해에도 비극(?)이 있었군요. 멕시코 COE에 간다고 탄 비행기 안에서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바로 귀국 해도 3일장을 치를 수 없는 거리라 역시나 임종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깟 커피가 뭐라고 말이죠.
한동안 멍하게 지냈어요. 별 생각도 없었나봐요.
그런데 그 다음해 온두라스COE에서 커핑을 하는데 눈물이 쭉 나더군요. 어릴때 부모님이랑 살던 동네에 많이 피던 하얀 꽃 향이 커피에서 터졌거든요. 그게 산타루시아 게이샤 입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오늘 춘천에 왔다가 @ 컴포어 대표님이 내려주신 산타루시아에서 그 향을 느끼고 이렇게 적어봅니다. 감사합니다.
조만간 현충원에 가서 오랜만에 두 분께 인사나 드려볼까봐요. 제가 커피하는걸 참 걱정하셨고 카페한번 와보시지 못했지만 오늘만큼은 제가 내린 커피한잔 대접해보고 싶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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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가신 직후, 엄마와 찍은 사진 한 장 없다는 생각에, 웃으면서 한 장 남기고 싶었는데 슬픈 표정은 숨기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기쁜 명절에 깨끗하지 못한 사진과 이야기였습니다만 모두들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커피와 함께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