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딱 한 잔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저는 주저없이 이 커피를 꼽을텐데요.
사실 이 커피를 낙찰받았을 때 만감이 교차했어요. 2019년 온두라스 COE 1위였던 산타루시아 게이샤를 낙찰받을 때처럼 말이죠.
당시 눈물의 커핑을 하면서 결심했던 심정.
단 1킬로도 못팔더라도 내가 마시고 끝내겠다던 각오처럼요.
올해 4년만에 그런 커피가 있었거든요.
바로 파나마 라 에스메랄다 옥션랏 중 최고가에 낙찰된 투마코 워시드 게이샤.
2019년 '그 커피'에 비해 약 열 배나 비쌌으니 속된말로 지릴뻔 했는데 총 10킬로여서 어떻게든 마시고 끝내려고 했어요.
다행히 낙찰 후 5킬로는 중국에서 바로 가져가줘서 부담을 덜긴 했지만 계산해보니 정식 통관 후 원두의 원가가 1킬로에 400만원이 넘어갔고 음료 한 잔의 순 원가로도 8만원은 훌쩍 넘더라고요.
그래서 카페쇼 때 부잣집(!) 홈 로스터 분들이 계실까 싶어서 생두 100g씩을 소분해서 판매했는데 제법 몇 세트가 팔리기도 했네요.
그래도 남은것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로스터리 선호 @ 에서 무려 1킬로를 한방에 볶겠다며 가져가셨습니다. 🫢
근데 오늘 보니까 음료와 원두 판매가격이 그냥 실원가로 판매를 하시네요.
또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비싼 식당에서 5만원짜리 밥은 먹어도,
좋은 술집에서 고급 위스키나 와인 한 잔에 10만원은 써도,
아무리 좋은 커피라고 해도 만원이 넘는 커피에는 주저하는 현실에서 아무리 원가에 제공해도 과연 팔릴까 하고 말이죠.
그래서 선호 대표님의 무모한 도전에 박수를 보내지만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생두를 원가로 줄 수 밖에 없었고
또 그걸 볶는 로스터도 원가에 원두나 음료를 제공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기는 한데요.
언젠가 커피도 음식이나 술 처럼 제 값(?)을 받고 파는 날이 오기는 할까요?
그래서 농부도 생두업자도 또 로스터와 바리스타도 , 또 드시는 고객까지도 모두가 행복한 날이 왔으면 합니다.
이 커피는 오늘부터 로스터리 선호에서 보실 수 있고 카페쇼에서 가져가신 분들도 드실텐데요. 혹 판매하실 분이 계시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남은 100g 소분 생두 몇개는 추후 생두 판매로 올리고 남은 것은 제가 다 마시던지 하겠습니다. ㅎㅎ
분명히 한 잔의 커피를 다 맛보시면 정말 작은 극락을 체험하실 겁니다! 다음달에 올려볼게요.
#커피미업 #라에스메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