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COE가 끝났습니다.
저는 멕시코에 와 있습니다. 이로써 5년 연속 멕시코 심사를 마쳤는데 유독 멕시코를 좋아하는 이유는 항상 휴머니즘이 있기 때문이죠.
먼저 매년 탑4에 들었지만 결국 게이샤를 한번도 이기지 못하고 만년 2인자로 COE를 떠난 라 일루시온의 스토리도 그렇고
3년연속 우승자 호세가 이끄는 산타크루즈가 결국 작년에 라스 니에베스에게 패배하는 등 인간미 있는 스토리가 항상 있기 때문인데요.
올해 호세는 이를 갈고 출전한듯 보였습니다.
COE는 올해부터 워시드/ 내추럴과 허니 /무산소 부문으로 나눠서 대회가 진행되는데요.
호세는 내추럴 게이샤 뿐 아니라 여동생 이름을 빌려서 허니 게이샤도 출품하며 지난해 놓친 우승을 꼭 되찾아올 태세였습니다.
하지만 인생이 그리 쉽지는 않죠.
작년에 혜성처럼 등장해서 원히트 원더가 아닐까도 싶었던 라스 니에베스에게 또 다시 결정타를 얻어맞고 2위와 3위에 그치고 맙니다.
참고로 저희는 작년에 산타크루즈 뿐 아니라 1위 라스 니에베스도 낙찰받아서 공급해드렸었죠.
어쨌든 참 재미있던게 이번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는 정말 호세의 커피가 압도적으로 좋았는데요. 하필 마지막 3라운드인 탑5 대결에서만 힘을 못썼습니다.
뭐 그게 커피고 그게 게임이고 그게 인생이겠죠.
막판 뒤집기로 라스 니에베스가 지난해에 이어 2연속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제 호세 왕조시대가 저물고 구스타보의 시대가 온 것인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아주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워시드 부문 우승자는 바로 핀카 파티마의 세컨 농장인 라 페를라가 차지했는데요. 오랜 저의 친구이자 파트너로 저희의 디카페인 커피를 공급해주고 있는 곳입니다.
농장주 에르네스토가 오랜 꿈을 이루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정말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게이샤가 아닌데 게이샤보다 더 게이샤 같은 맛이어서 저는 이게 그의 커피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끝으로 지난해 낙찰받은 핀카 시나이 게이샤 소식으로 이번에도 5위권을 차지하며 정말 오랜기간 COE 상위권에 잔류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사진에 있는 저 할아버님이 농장주로 아들들은 커피를 안하고 떠나려해서 팔순이 훌쩍 넘어서도 형제끼리만 커피를 하고 계신데요.
내년에도 나오실지 여쭤보니 머리를 쿵 때리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것은 신의 뜻이다' 라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면 좋은 커피를 생산할 수 없으니 그저 나는 묵묵히 커피를 키우고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말씀입니다.
힘들어도 아주 멀리 매년 오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 합니다.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연세에 최선을 다 하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고 갑니다.
내년에도 꼭 뵙고 싶습니다. 그리고 농장에도 꼭 가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올해에도 많은 이야기를 남긴 멕시코 COE의 밤이 또 지나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