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커피'라는 말이 있죠.
그렇다면 여러분의 인생커피, 그 중에서도 '인생 에스프레소'가 있나요?
저는 그간 세계를 다니며 참 많은 커피를 마셔본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기억나는 것은 수 년전 처음 마셔본 게이샤 에스프레소의 놀라운 기억이라거나
세계 최고가격이라는 기록을 세운 온두라스의 엘 푸엔테 에스프레소라거나
혹은 제가 만들었던 블랜딩으로 뽑은 트리플 리스트레또 라거나 (이건 아닌가? ㅎ)
등등 참 많은 커피를 접했던 것 같은데요.
얼마전 마신 유지니오이데스 품종의 콜롬비아 커피의 맛을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사세스틱으로인해 유명해진 카밀로 농부의 손에서 자라났다는 이 커피는
올해 WBC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에서 한국의 방준배 바리스타가 사용하여 국내에도 알려졌습니다.
저 역시 좋은 기회가 있어서 이 분의 커피를 커피미업에서 시음해보게 되었는데 처음 마시는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세계적인 커퍼이자 CoE의 임원이며 인텔리젠시아를 이끄는 제프와츠가 말했듯
이 커피는 그저 설탕을 잔뜩 쏟아버린 느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치 설탕으로 딸기청을 만들어서 숙성시켜놓은듯한
그리고 라즈베리를 끓인뒤 달고나로 만들어버린듯한 느낌을 주는 커피였습니다.
에스프레소가 이렇게 단 맛이 있을 수가 있을까 싶은 그런 느낌 말이죠.
그 안에서 퍼져나오는 베리류의 멜릭과 리파인드한 산미는 입을 기가막히게 코팅시켜 줬습니다.
여기에 길고도 긴 사탕수수의 뒷 맛과 이를 받쳐주는 스트럭쳐한 바디감은
그야말로 에스프레소의 끝을 보여줬습니다.
특히나 스페셜티 아라비카에서 전형적으로 느껴지는 시트릭한 산미나
카페인의 쓴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매우 놀라운 경험이었죠.
(이러한 점이 유게니오이데스의 독특한 특성이라고 합니다)
워낙 귀한 커피이고, 제가 산 커피도 아니었던 지라 딱 두잔 양 밖에 없어서
많은 분들과 나눠마실 수는 없었지만 내년에 이런커피를 꼭 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 마시고 나서는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커피를 찾고, 또 이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이 진짜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