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중남미 산지 투어) 7.구글맵을 벗어 던지자.

Jeff, Coffee Me Up 2018. 9. 27. 08:46
이제 내일이면 이곳 과나후아토를 뜬다. ⠀

몇 번이나 와도 즐겁고 마음이 편안한 곳. ⠀
베니스 만큼이나 길이 복잡해 보여도 ⠀
지도 하나 없이 뒷짐짚고 다녀도 될 정도로 익숙해졌고 ⠀
우리동네 공덕동 보다 단골집이 많이 생긴 곳 ㅎㅎ⠀

지도 이야기가 나왔으니 떠오르는 생각은 요즘 여행은 참 편하다는 것. ⠀

구글맵만 켜면 구석구석 안나오는 길이 없고 맛집이면 맛집, 카페면 카페 다 나온다. ⠀
그것도 가격과 사진에 영업시간까지. ⠀

이거 정말 혁명적이고 진짜 편하기는 한데 뭔가 여행하는 맛은 없는듯도 싶다. ⠀

아는사람은 알지만 예전에 나는 '론리플래닛'이라는 희대의 명작 가이드북 하나로 전 세계를 돌아 다녔는데 이 책 때문에 영어공부 잘 한듯 싶기도.  ⠀

물론 한국 여행자들은 우리나라 책인⠀
 'xx 100배 즐기기'와 같은 책이 가장 인기있었다. ⠀

그래서 멀리서 어떤 책을 들고 있는지만 보고도 인사를 하곤했으나 이젠 다들 뚫어져라 폰만 쳐다보고 다니니 어느나라 사람인지도 알수도 없다. ⠀

내가 론리플래닛을 좋아했던 이유는 유럽이나 아시아에 편중된 보통의 가이드북과 달리⠀

전세계 오지까지 안나온 곳이 없을 지경이었고 ⠀
무엇보다 책에 사진이 없어서 책은 두꺼워도 상당히 가벼웠다. ⠀

사진이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

'직접 가서 보라' 는 명쾌한 이유 때문. ⠀

그래. 그게 여행아닐까. ⠀
미리 사진으로 다 보고가면 무슨 재미가 있나 ㅎㅎ⠀

그래서 나는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에도 한동안 책은 안들고 다녀도 론리플래닛 pdf를 다운받아서 넣고 다닐만큼 신봉했던 때가 있었다.  ⠀

어쨌거나 세월이 흐르고 그 시대의 흐름에 따라 론리플래닛은 더이상 개정판이 잘 나오지 않는다. ⠀

사실 하루에도 새로 생기고 또 사라지는 스팟들을 책이 표현할 길이 없고 양방향 인터렉션이 불가능한 종이책이 외면당하는게 당연한것인지도 모른다. ⠀

하지만 내게 여행을 할 층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언젠가 꼭 한번 구글맵 없이 '진짜 여행'을 다시한번 해보고싶다. ⠀

꾸역꾸역 지도만 보고 물어물어 찾아가서 찾아냈을때의 희열. ⠀

때로는 결국 못찾고 길을 잃었다가도 되려 더 좋은곳을 발견해서 즐거웠던 기억. ⠀

그래. 네비게이션이 없으면 몇바퀴건 찾을때까지 돌아야 하다보니 도시가 쉽게 익숙해지고 '진짜' 현지인처럼 도시를 알아가기엔 더없이 좋았던게 아닐까. ⠀

이젠 나도 폰만 보며 걷다보니 놓치는 장면이 너무나 많다. ⠀

게다가 밧데리가 떨어지면 더이상 여행을 진행할 수가 없을만큼 두렵기도 한데,⠀
가장 아날로그 스러워야할 여행이 그 무엇보다 디지털화 되어간다는게 조금 아쉬울 뿐. ⠀

물론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도 무모한 것이지만 때로는 스마트폰을 놓고 거리를 보면 어떨까?⠀

'빨리빨리'는 일상에서만 해도 충분하다.⠀
가보고 싶은 곳을 다 못가보면 어떤가. ⠀

대신 당신이 놓칠 뻔 했던 더 많은 사랑스러운 것이 보일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