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2019년 마드리드에서의 독백

Jeff, Coffee Me Up 2019. 3. 2. 01:07


먼저 사진 짤은 아주 오래전 대학생 시절 레알마드리드 홈 구장에서의 내 모습이야. ⠀
그 시절이 그리워서 오랜 추억을 꺼내봤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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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겉만 보고 평가하려는 건 인간의 본성이잖아. ⠀
여기 내가 이렇게 열심히 전세계를 뒤지며 콩을 찾으러 다니게 된 이유를 알려줄 게.⠀

우선 저 사진처럼 이 곳 마드리드에 처음왔을때가 생각 나.  ⠀

그때 나는 대학생이었고 공모전 당선으로 히딩크를 만나게 해 준다는 수상특전을 통해 처음 해외땅을 밟은 곳이 바로 여기. ⠀

첫 경험의 행복이었던 것인지 진짜 여기가 좋았는지는 몰라도 귀국해서 당당히 주변사람들에게 말한 공약이 취업후 '세계여행'⠀

처음에 다들 비웃더라.⠀
 ⠀
누구나 말하는 꿈이 세계여행 이라는 둥 ⠀
지방대 학생이 우선 취직이라도 제대로 하겠냐는 둥⠀

몇 년이 지나서 진짜 취직하고 그렇게 하고 나서 조용해졌지.⠀
(이제 비행기 타는건 그만두고 싶네 ㅠ)⠀


두번째로는 내가 카페를 차리겠다고 했을 때. ⠀⠀
첫 장면과는 다르게 진짜 내가 할 것 같았는 지 비웃지는 않아도 갖가지 이유를 대며 훈수를 두더라. ⠀

회사 그만두고 창업하는 대부분이 망한다. ⠀
그러다가 길에 나 앉을 수도 있다.⠀
수만개의 카페가 있는데 알바 경험 하나 없는 너가 뭘 하겠냐는 둥. ⠀

뭐 이건 가족들도 반대했지만⠀
결국 잘 오픈해서 밥은 먹고 살만큼 운영했었어. ⠀

물론 회사 다닐때와 비교해서는 수입은 많이 부족했지만 내가 원한건 돈은 아니었으니까. ⠀


세번째 장면은 모 생두 업체 직원의 조롱이었지.⠀

이게 결정적인데,⠀
처음 홍대 어느 골목에 카페를 하던때라 생두 사용량이 월에 몇킬로도 안되던 때였어. ⠀

어느 날 데코용으로 마대자루 하나만 달라고 했다가 쫑크먹고⠀
사살 그 정도 생두를 사용하시는 분들에게는 지금 해드리는 할인도 해줄 수 없는게 맞다고 하더라고. ⠀

맞아.⠀

그때 속으로 결심했었지. ⠀
내가 어떤일이 있어도 너희 생두는 쓰지 않을거고 꼭 노력해서 모든 생두는 내 손으로 골라서 너네꺼보다는 좋은거 가져와서 쓸거라고. ⠀

뭐 당시에는 아무도 믿지않았겠지만 이제 나는 그 여정을 시작하고 있어.⠀
게다가 이미 그들보다 한참은 좋은 생두들로 쓰고있기도 하네.⠀


물론 이 글은 그 회사를 비난하고자 함은 아니야. ⠀
그 직원도 자기 회사의 수익성을 고려한 당시 회사입장에서는 좋은 판단이었을테니. ⠀

오히려 고맙지 뭐. ⠀
그 덕에 나는 돈이 없어도 일단 다이렉트에 뛰어들게 되었으니 말이지.⠀

돌이켜보면 이런 거창한 것 만 있는것도 아니잖아. ⠀

몇년 전 누가 소개팅을 시켜줘도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들어보고는 밥벌이 능력조차 별로 없는 남자로 치부당하곤 했으니 ㅠ⠀ ⠀

그러니까 이 말은 나는 잘나서 항상 그들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 라는 말도 아니고 나를 무시하는 사람들을 비방하려는건 더욱 아니야.⠀

(사실 나는 금전적으로는 점점 퇴보했고 주변사람들 생각보다 특별한게 없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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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돌이켜보면 나는 정말 안 그랬을까?⠀
그저 보이는 몇가지 정보만으로 나 역시 누군가에게 expectation error를 만들고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을텐데.⠀


그래서 이 글을 쓰며 나에게 주려는 다짐이자 독백의 메시지는 세가지야. ⠀

1. 나도 절대 사람을 몇가지 정보만 가지고 판단하지 말자.⠀

2. 혹시나 내가 또 누군가의 기대오류에 들었으면 더욱 미친듯이 노력해서 그들의 편견을 또 깨보자.⠀

3. 끝으로 또 다들 안 믿겠지만 나는 한가지 꿈이 더 있는데 꼭 이뤄보자.⠀
 ⠀
바로 #커피미업 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가장 큰거 아님) 커피회사로 만들어서 어떤 커피인이든 일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자는 거. ⠀

가족도 없는 내게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곧 내 가족이고 이들이 원하는 모든것을 해 주는 곳으로 만들겠다는거 말야. ⠀

그간 해 온 내 노력들과는 비교가 안되게 어려운 미션이고⠀
또 누군가는 살짝 비웃을만한 도전이겠지만 또 그들의 편견을 깨고 골리앗을 이겨볼 게.⠀

그라고 훗날 이 글을 보며 웃을 수 있기를.

-2019년 어느 좋은 날, 마드리드에서의 독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