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바리스타 KNBC 2022를 보며

Jeff, Coffee Me Up 2022. 6. 11. 22:02

3분대의 벽.⁣

코로나가 터진후 시작한 러닝은 취미를 넘어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파이널리스트(?)급인 10km 39분대에 매일 도전했습니다. ⁣

폐와 다리가 튼튼했는지 어느덧 분당 몇초씩만 더 당기면 되는 순간까지 왔었죠. ⁣

하지만 코로나로 시작한 러닝은 아이러니컬하게 코로나가 끝나며 함께 사라졌습니다. 몇달씩 해외에 가다보니 훈련 루틴은 깨져버리고 이젠 완주하는것조차 힘이 들었죠. ⁣

그러다보니 러닝 와치를 보며 1초라도 늦게들어온 날엔 자책하고 쓸데없는 러닝화만 탓하곤 했어요. 그렇게 골인 지점에서 시계를 보는게 두려워지던 시기. ⁣

오늘은 아예 시계를 풀고 달려봤어요. ⁣
온라인상에 기록이 안남는다는 생각에 아주 편하고 느리게 달릴 수 있었죠. ⁣
지나가던 행인들은 그저 내 기록에 방해꾼이었지만 오늘은 그들의 즐거운 표정까지도 저를 미소짓게 했습니다. ⁣

거친 내 호흡에 가려 들리지도 않던 노래들은 가사를 음미하며 흥얼거릴 수 있었고 달리기는 원래 이렇게 재밌는거라고 알려줬네요. ⁣

그래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이렇게 1년 넘게 1초라도 더 줄여보고자 남산을 오르내리고 비가오나 눈이오나 연습을 했다는 겁니다. 그런 무대뽀 정신이 평생 나를 만든 8할이기도 하고요. ⁣

어제 끝난 대회도 그럴겁니다. 바리스타들은 점수와 관계없이 그냥 커피를 내리는게 훨씬 즐겁겠지만 때론 0.1점이라도 더 따고자 밤낮 가리지 않고 훈련하는것이 지금의 그들의 커피를 만들어 줄테니까요. ⁣

하지만 오늘 제가 그랬듯 이렇게 기록과 점수를 내려놓으면 더 즐거운것이 보일겁니다. 아니, 이제 그래야할 시간입니다. 경쟁은 끝났고 축제만 남았으니까요.⁣

챔피언 신창호 바리스타님 축하드리고 멜번에서 만나요. ⁣
또 밀란 이후 지금까지 대회생각만 했을 우리 밀란팀 두 분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미선님 제가 좀 더 좋은커피를 준비해드렸어야하는데 죄송합니다.⁣

끝으로 모든 참가선수들 내일부터는 저처럼 시계를 풀고 그저 커피로서 즐길수있기를. ⁣

P.S 저는 이제 즐런만 할거라 비록 3분대 기록은 포기했지만 혹시 압니까. 신 바리스타님처럼 10년후에  환갑즈음 갑자기 3분대를 깨고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