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수업이 밤늦게까지 있던 날.
집에 들어가는 길에 배가 고파 잠시 들른 오코노미야키집.
불금의 야심한 밤, 그것도 홍대에서 혼자 밥을 먹는게 조금은 처량해 보일수도 있지만
갑자기 허기가 지는 바람에 참지 못하고 들어간 어느 술집 겸 밥집.
다행히 Bar가 있어서 외로워 보이지 않는 자리가 보인다.
아, 어딘가 '커피미업 오사카'와 닮아있는 것이 내 마음에 쏙 든다.
아참, 내일이면 커피미업 연남동 점의 마지막 근무구나.
내 인생의 2막을 걸고 달려왔던 곳. 연남동 커피미업.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 동네도 사람도 커피도 그리고 내가 변하는 것을 함께 해왔던 곳.
예정에 없던 '하이볼' 한 잔을 주문해서 마셔본다.
쓰지만 달콤한 게 내 인생과도 닮아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배가 고파서인지 한 잔의 술에도 슬쩍 취기가 도네. 얼마만에 느껴보는 취한 느낌인가.
그래, 커피가 아니라 술도 가끔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이제 정말 '마지막' 근무를 하러 그 곳으로 가야 한다.
'회사원'이나, '기획자'로 불리우던 나를 '바리스타'라고 처음 불러줬던 그 곳.
가게 문을 열고 스피커를 켠 뒤 노트북을 켜자 4년간 그랬듯 노래가 은은하게 흐른다.
헌데 갑자기 큰 바람이 불고 비가 온다. 하필 마지막 날 이렇게 비가 올까.
슬픈 마음을 하늘도 아는건가.
오랜 단골손님이 오셔서 '마지막' 원두를 사 가신다.
오래전 이태리 여행에서 만난 동생이 커피를 마신다.
페이스북에서 봤다며, 마지막으로 한번 더 와보고 싶었다는 손님 셋이 들어온다.
늘 점심시간에 오늘의 커피를 드시던 특허정보원 손님이 마지막 오늘의 커피를 드신다.
한번 와 본적이 있다는 '일본'여자분이 밀크커피를 주문한다.
직접 맛있게 볶은 커피가 있다며 가지고 온 수강생이 들어온다.
나랑 똑같은 신용카드를 쓰던 어느 잘 어울리는 커플이 '커플' 밀크커피를 주문한다.
긴 머리에 조금은 독특하고 어려워 보이는 한문으로된 책을 읽는 남자분이 과테말라를 드신다.
약속을 이곳으로 잡았다며 반갑게 두 명의 수강생이 거의 동시에 들어온다.
마지막은 4년간 늘 그랬듯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오는 상현님이 빵을 사서 어김없이 들어온다.
이제 바와 테이블은 모두 만석이다.
0명의 손님으로 시작했던 4년전과 달리 오늘은 만석으로 끝난다.
바리스타로서 그간 큰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5시가 되자, 문을 닫겠다고 정중히 안내를 하고 모두를 내 보낸다.
이제 이 곳에서의 마지막 노래가 흐른다.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이은미의 '가슴이 뛴다'
별로 상관 없는 가사겠지만 왠지 '내 가슴이 뛴다'.
이 곳은 이제 끝이 났지만, 내 가슴은 계속해서 뛴다.
그래, 머지않아 다시 시작할 그 순간을 기다리며 잠시 숨을 고르기로 한다.
그래서 지금 나는 인도로 출발한다.
약 10년전, 2008년 4월29일 떠났던 그 곳.
뭔가 해답을 구하고 싶을때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던 그 곳.
사실 물어봐야 할 것이 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해답을 찾는것은 어쩌면 불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힘겨운 일이 많은 요즘.
무엇을 찾아야 할 지는 모르지만 1주일간 '김동완 찾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어느 비 오던 날,
잠시 가슴이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