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온두라스 COE 커핑을 하다가.

Jeff, Coffee Me Up 2019. 6. 16. 16:32


커핑을 하다가 갑자기 왈칵 눈물이 났다.⠀
처음있는 일이라 조금은 당황스럽다. ⠀

그래도 나는 절대 눈물을 흘리면 안된다.⠀
아직 공정하게 평가해야 할 커피가 많이 있어서. ⠀

그렇지 않으면 이 커피를 위해 1년간 땀 흘린 농부들의 수고를 그저 헛수고로 만들지도 모른다. ⠀

- 온두라스 COE 2019. ⠀


아마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났나보다.⠀

아니면 이 커피를 키운 농부가 쏟았을 열정이 떠올라서 눈물이 났나보다.⠀

아니다.⠀
아마도 나는 이 커피를 다시 마실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눈물이 났을거다.⠀

사실 본능적으로 느낌이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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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커피는 1등을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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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지는 않는 워시드 커피지만 공정하게 최고점수를 줬고 그렇게 내가 높은 점수를 주면 가격은 더더욱 폭등할거다. ⠀

그러면 나는, 아무리 맛있어도 절대 살 수 없는 가격으로 올라갈거다. ⠀

이런저런 생각으로 순간 집중력을 잃은 나의 눈에 눈물이 흐른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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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back. ⠀

어릴 때가 생각났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면 적어도 그것 만큼은 어떤일이 있어도 사주셨던 부모님이 떠오른다. ⠀

힘든 시절을 겪으신 세대라, ⠀
내가 먹고싶은것 만큼은 어떤것이든 먹여야한다는 생각으로 무엇이든 흔쾌히 1초의 고민없이 사 주셨던 분 들.⠀

그런데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
이 커피 한 잔을 구입하기 위해 수 많은 고민을 해야하는 내가 되어 버렸다. ⠀

그리고 아무리 고민해도 결국은 못 먹을 커피임을 직감하는 내 자신을 보니 눈물이 흐르나 보다. ⠀

나이를 먹고나니 보이는 것들. ⠀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

언젠가 노력해서 이런 커피 한 잔을 얻게되면 부모님께도 한 잔 따라 드리고 싶다.⠀

이런 맛있는 커피 내가 어른이 되어 구해왔으니 돈 걱정 말고 한 번 드셔보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