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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이야기 첫번째,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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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바리스타 국가대표를 뽑는 선발전이 끝났네요. 먼저 많은 선수들과 심사위원 그리고 자원봉사자 및 운영자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형식적인 말이 아니라, 멀리서만 지켜봐도 참 힘든일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저는 구경만(?)하는데도 너무나 힘이 든데 모든 일을 하려면 얼마나 고생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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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올해가 3년째 코치 생활을 했던 해가 되었습니다. 뭐 선수로서 우승한번 못해본 사람이 뭔 재주로 코치를 하냐 싶겠지만 히딩크나 퍼거슨도 선수시절 잘나갔던 사람이 아니었던것을 보면 못할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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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첫 해에 두 명의 선수를 담당했었는데 돌이켜보면 무대뽀로 도전한것 같아서 부끄럽긴 합니다만 둘 다 아주 안타깝게 간발의 차이로 본선진출에 실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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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탈락사유가 당시에 규정에도 없는 상황으로 감점을 당해서 떨어진 셈이긴 한데, 어차피 야구처럼 비디오판독 같은것도 없으니 지금도 뭐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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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덕분에 단순한 규정을 넘어, 혹시 발생할 지 모르는 상황에 대한것도 대비를 하는 습관이 생겨서 이것이 전화위복이 된 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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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첫 해를 보내고 작년이 두번째!
이 때는 커피미업 직원인 용현님을 포함해서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늘 겸손한 바리스타인 득모님을 맡아서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해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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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두번째라 그런지 좀 더 대회에 익숙했고 용현님은 12위, 득모님은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며 5위까지 진격했기에 지켜보는 제가 선수보다 더 기뻤습니다. 그러면서 더 많은것을 경험하게 되었고 더 좋은 선수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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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돌이켜보면 저는 대회에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몇년전 더블린에서 열린 SCA 월드 브루어어스컵 결승전을 보며 그저 조금 매력을 느낀 정도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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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저는 월드 카페쇼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바로 무대 앞에서 관전을 했고 우승하는 장면을 바라봤는데 그때 우승한 사람이 바로 아시아 최초로 우승한 일본의 테츠 카츠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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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때는 인사 한번 못하고 왔습니다.
생면부지의 모르는 사람이거나와 저는 스타(?)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거나 아는 척을 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뭔가 모를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말도 잘 걸지 않고 조용히 있는 편이거든요.
그냥 살다보면 인연이되면 친해지겠지! 하는 생각으로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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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암스테르담 경기장에서도 열심히 응원만 하고 인사도 못드리고, 심지어 이번 대회때도 백룸에도 몇번 지나쳤지만 인사 한번 못드린 우리들의 작은 영웅 전주연 바리스타님도 언젠가는 알게 되면 인사드릴날이 올거라 믿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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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몇달이 지나고 우연히 미얀마 농장을 가는길에 테츠를 만나게 되었고 친한 친구가 되면서 그 친구의 행동, 커피의 철학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자연히 그가 했던 대회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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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친김에 저는 테츠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최초로 브루어스컵 챔피언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조금은 무모한(?)생각에 당시 챔피언이면서 월드 진출권을 가지고 있던 한겨레 바리스타를 찾아가게 됩니다.
무작정 제가 정말 멋진 콩을 찾아볼테니 꼭 같이, 한국에서도 월드 챔피언을 만들어보자는 말과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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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한겨레 바리스타님이 생두 계약이 정해져 있던 관계로 모든것을 끝까지 함께 하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이후로도 한 바리스타님은 대회에서도 생활에서도 늘 좋은 에너지를 전해주며 다음을 기약하며 함께 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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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그렇게 시작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저만의 대회는 올해가 3년차가 되었고 이번에는 4명을 맡아 보게 되었습니다.
뭐 이 중에 한 분은 순위보다 일단 참가를 목표로 했건거라 제외한다면 3명이 본선 이상을 노리고 함께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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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컬 하게도 가장 유력했던 분이 가장 먼저 탈락하게 되었습니다.
뭐 월드컵도 그렇지만 늘 이변은 있는 것이고 그것이 그들을 더 강하게 만드는 거니까 아쉽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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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길어져서 다음에 2편을 써 봐야겠습니다. 그냥 쓸데없는 이야기를 끄적이는것 같아서 죄송하지만 제 자신을 정리하는 의미로 살짝 기록을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