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이야기 두번째, 오픈서비스 시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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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선수나 관계자분들은 오늘 하루 피곤한 몸과 마음을 정리하고 지냈겠네요. 그도 그럴것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거의 일 년을 딱 한 번(많게는 세 번!)을 위해 준비해왔으니 그 피로도는 상상만으로도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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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시연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할까요.
시연은 오픈서비스와 의무서비스로 나뉘어 지는데 선수가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해야하는 오픈서비스는 부담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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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에 따라 다르겠지만 먼저 코치는 담당 선수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 선수의 강점을 살린 컨셉을 정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사용할 커피와의 조합이나 시연의 난이도를 함께 봐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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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고난도의 시연을 고르거나 선수나 콩의 특성에 어울리지 않는 컨셉을 잡으면 아무리 연습을 많이해도 몸에 맞지않는 옷처럼 완벽한 무대가 되기 어렵기 때문에 선수를 잘 파악하는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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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이 선수가 올해 결선을 가볼만한 실력인지 일단 경험을 쌓는데 주력하는 것이 좋을지 차분히 봐야합니다. 물론 모든 선수는 우승을 꿈꾸며 출전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코치는 더욱 차가워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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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결정되면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합니다.
가끔 저 처럼 책을 집필해본 경험이 있거나 (흐흐) 전문 작가에게 맡기면 아주 좋지않을까 생각하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문장/단어 처리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대회를 많이 보고 커피업계의 트랜드를 파악하며 그 선수에게 익숙한 스타일의 시나리오가 필요하기 때문에 변수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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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결정이 되면 시연에서 소구할 하나의 메인 컨셉을 놓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몇개의 서브 타이틀을 두는 식이면 보는이들을 설득하기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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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결정된 시나리오를 선수와 시연을 해보며 교정작업을 하고 최종적으로는 암기에 들어갑니다. 암기가 쉬워보이지만 글자 하나하나가 중요하고 막상 실전에서는 그 말이 안나오기 때문에 거의 기계적으로 외워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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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시연 난이도도 중요한데 사실 이번에 제가 담당했던 선수들의 난이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즉 냉정하게 보면 이 난이도로는 결코 우승을 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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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피겨스케이팅에서 아사다마오(!)가 트리플 악셀을 뛰다가 실패해도 꽤나 높은 점수를 받지만 중하위권의 선수는 우리가 보기에는 완벽하게 클린 연기를 펼쳐도 그 점수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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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우리 선수들은 제가 설정한 난이도에는 거의 근접했으니 1차 목표는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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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난도로 접근하지 않은 이유는 몇가지가 있는데 대회가 센서리랩 이전시가와 딱 맞물려서 대회 출전을 계속 고민했었고, 갑자기 결정된 출전이라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한 전략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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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혹시라도 만약 제가 누군가를 또 맡게 되면 어제 올린 글처럼 '월드 챔피언'클래스로 해보고 싶은데요.
그러면 저도 힘들고 선수도 힘들거라 해야할 지는 좀 더 고민해보겠습니다.
으음. 생각만 해도 피곤해서 안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ㅠ
그럼 다음에는 의무서비스를 이야기 해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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