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과테말라 COE 16위, 엘 사포테 이야기

Jeff, Coffee Me Up 2019. 10. 28. 22:16

몇 달전, 제가 과테말라에 방문했을 때의 일 입니다.

당시 ANA Cafe (과테말라의 사실상 정부기관 같은 커피협회)에서는 저에게 수 많은 커핑을 열어줬는데 그 많은 컵 중 유독 한 컵에서 기가막힌 자스민 향이 올라왔습니다.

"도대체 이 커피는 누구 거냐!" 라고 묻자,
이 커피의 주인은 '엘 사포테' 라고 하며 연락처 하나를 쥐어줬습니다.

이름은 페레즈 라는 농장주였는데, 곧바로 왓츠앱으로 통화를 시도하자 스페인어가 쏼라쏼라 나오길래 잠시 당황! 
하지만 이내 우리의 친구 '구글번역기'와 함께 천천히 대화를 해 나아갔습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이 커피는 모두 전량 COE에 제출했다고 했는데, 그 다음주가 바로 COE 대회였습니다.
작년에 COE 2위를 했었다는 그는 올해도 많은 기대를 한 것 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이 몇 위를 하건, 나는 당신 커피를 사겠다고 약속을 했고 그후 이 커피의 순위가 궁금했습니다. (혹시나 1등 하면 그 돈이 어디서 나나요 ㅠㅠ)

다행(!)히 그의 커피는 16위.

이 순위만으로도 정말 훌륭했지만 작년 2위에 비해 떨어졌던 만큼 그는 실망할법도 했지만 원래 인생이란 그런것이라며, 대회 당시 마지막 로스팅이 그에게 불리했었을 뿐, 본인 커피 퀄리티에 대해서는 아주 당당했습니다.

그래서 약속대로 저는 그의 커피를 낙찰받아 구매했습니다.
그것도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말이죠.

왜 저렴했냐면 사실 한국에서도 과테말라COE 커핑이 많이 열렸는데, 대부분의 커핑은 Top10만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의 커피는 16위라 커핑 기회조차 없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나마 저는 이 커피를 사려고 했기에, 커피미업에서 진행한 커핑은 Top10 + 16위까지 11개를 진행했었는데요.

당시 블라인드로 했음에도 이 커피가 상당히 높은 Top3 선호도를 보였다는데 저도 안심했고 더욱 확신을 가졌습니다.
(물론 당시 선호도 1위는, 역시 COE 1위이자 제가 함께 낙찰받은 라스마카다미아스 였습니다만ㅎㅎ)

어쨌든 그렇게 약속대로 낙찰을 받았고 페레즈와는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이후 저희 직원이 #KbrC 브루잉 대회에 나간다고 하자 페레즈는 빠르게 항공배송으로 먼저 1박스를 보내줬는데 임지후 선수는 9위에 오르며 아쉽게 파이널에 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대회 영상을 보며 내년에는 훨씬 더 멋진, 그것도 여태 한번도 재배해 보지 않은 엘 사포테 게이샤의 '내추럴' 버전을 주겠다며 저를 위로했습니다.

이제 그 멋진 사나이 '페레즈'의 커피인 엘 사포테를 소개합니다.
게이샤 품종으로 워시드만 재배하는 엘 사포테는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이름의 다른 농장을 운영합니다. 그러나 아들인 페레즈의 농장이 항상 높은 순위를 보이는것도 재미있는 포인트네요.

저는 내년에 꼭 우에우에테낭고에 가서, 그 싫었던(!) 엘 인헤르토 농장과 함께 페레즈의 엘 사포테에 방문해서 그의 숨겨진 카드 엘 사포테 내추럴을 받아오겠습니다.
기대가 상당합니다.

어쨌든 그러기 위해 저는 지금 스페인어나 공부하러 가겠읍니다.
안녕히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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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두와 생두 구입은 온라인 커피미업 스토어 및 충무로 센서리랩 매장에서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번주에는 이 커피중 하나를 구입하시는 분들께 #서울카페쇼티켓 을 나눠드릴게요! (두 개 중 아무거나 구입해도 가능합니다.)

coffeemeup.biz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