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2020 KBrC 세번째 이야기, 의무 서비스

Jeff, Coffee Me Up 2019. 10. 15. 23:42

KBrC 이야기 세번째, 의무 서비스 이야기.

이제 대회 이야기는 지겨우실듯해서 조용히 접을까 했는데, 궁금하다고 올려달라는 분들도 있어서 기왕 시작한거 한두번 더 쓰고 마무리하겠습니다. ㅎㅎ

오늘은 의무 시연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브루어스컵은 오픈 서비스와 의무 서비스로 나뉘는데요.
오픈 서비스는 지난 번 글을 올렸듯이 선수가 커피는 물론이고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우리가 흔히 영상이나 무대에서 보는 그 서비스 입니다.

그럼 의무서비스는 무엇이냐!⠀
커피는 주최측에서 준비해주고 선수는 구석(?)에 있는 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커피를 내리고 3잔을 정해진 시간안에 제출하는겁니다. 물론 도구나 내리는 레시피는 선수들의 자유입니다!

이건 심사위원 조차도 어떤 선수가 만든것인지 모르기때문에 완벽한 블라인드로 평가하게 되지요.

보통은 별로 좋지 않은 콩이 비교적 다크하게 로스팅되어 나오기 때문에 변별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은데요. 올해는 나름 좋은 콩에 적절하게 로스팅되어서 출제가 되었기 때문에 다들 놀랐을 수도 있습니다.

올해 커피는 코스타리카 게이샤를 모노스코프에서 로스팅했다고 들었습니다.

각설하고, 의무 서비스는 어떻게 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요? 사실 의무 서비스는 늘 뒷말이 오고 가기도 합니다.
도대체 똑같은 커피를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내리는데 점수차가 이렇게 날 수 있냐고 말이죠.

제가 몇년전 SCA 홍콩 브루어스컵 심사를 맡은 적이 있는데, 그때 출전한 선수중 한명이 바리스타 챔피언십 준우승 등 파이널리스트에 단골로 오르는 그 유명한 카포 치우였습니다.⠀

사실 이 친구는 저랑 친구라 제가 심사를 볼 수는 없었는데, 멀리서만 봐도 오픈서비스가 아주 멋졌고, 몰래(?)떠먹어본 커피도 아주 예술이었죠.

하지만 결국 2위를 차지하고 말았는데, 이유는 1위한 선수의 의무 서비스 점수가 넘사벽이었습니다. ⠀

그러니까 오픈 서비스는 압도적으로 카포가 높았는데 의무에서 더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서 말이죠 ㅎㅎ

끝나고 카포는 이 결과를 수긍하기 어려워 하는 눈치였지만 뭐 어쩔 수 있나요.⠀

사실 저도 의무 서비스 심사를 해봤지만 이게 조금 복불복이긴 합니다.
어떤 커피가 먼저 나오느냐를 시작으로, 내 입의 피로도가 올라간 상황에서 어떤 농도의 커피가 나오느냐, 혹은 앞에 커피가 어땠는가에 따라서도 점수가 2-3점 휙휙 움직일 수 있지요.

이건 기계가 하지 않고 인간이 심사를 하는한 블라인드 심사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센서리적 오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또 대회니까 우라는 그에 맞춰서 준비를 해야겠지요.

돌이켜보면 월드 우승자인 테츠를 보면 늘 의무점수가 높았죠. 그러면서 그는 제게 몇가지 특별한 방법을 이용한다고 말해줬습니다. (뭐 별거 없긴 하지만? ㅋㅋ)⠀

올해에는 저도 그걸 기억했다가 저의 선수들에게 그 비법 아닌 비법을 활용해 봤는데요. 그게 진짜 통한건지 위에 순위 표에 보이듯 의무점수가 꽤나 높게 나오기는 했네요.

어쨌거나 몇몇 선수들은 오픈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의무때문에 탈락한 경우도 보이는데, 그렇다면 의무서비스는 운도 따라주긴 해야겠지만 해당 대회에 사용될 콩에 맞는 전술을 만들어 보는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뭐든 그렇지만 정답은 없겠습니다.
그래도 정답이 없다고 해서 그냥 100% 운에 맡겨서도 안되겠지요. 그것이 내년에는 더 치열해질 의무서비스 부문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음에는 마지막으로 콩에 대해서 적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