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rC 이야기 세번째, 의무 서비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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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회 이야기는 지겨우실듯해서 조용히 접을까 했는데, 궁금하다고 올려달라는 분들도 있어서 기왕 시작한거 한두번 더 쓰고 마무리하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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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의무 시연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브루어스컵은 오픈 서비스와 의무 서비스로 나뉘는데요.
오픈 서비스는 지난 번 글을 올렸듯이 선수가 커피는 물론이고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우리가 흔히 영상이나 무대에서 보는 그 서비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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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의무서비스는 무엇이냐!⠀
커피는 주최측에서 준비해주고 선수는 구석(?)에 있는 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커피를 내리고 3잔을 정해진 시간안에 제출하는겁니다. 물론 도구나 내리는 레시피는 선수들의 자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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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심사위원 조차도 어떤 선수가 만든것인지 모르기때문에 완벽한 블라인드로 평가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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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별로 좋지 않은 콩이 비교적 다크하게 로스팅되어 나오기 때문에 변별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은데요. 올해는 나름 좋은 콩에 적절하게 로스팅되어서 출제가 되었기 때문에 다들 놀랐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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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커피는 코스타리카 게이샤를 모노스코프에서 로스팅했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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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의무 서비스는 어떻게 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요? 사실 의무 서비스는 늘 뒷말이 오고 가기도 합니다.
도대체 똑같은 커피를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내리는데 점수차가 이렇게 날 수 있냐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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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몇년전 SCA 홍콩 브루어스컵 심사를 맡은 적이 있는데, 그때 출전한 선수중 한명이 바리스타 챔피언십 준우승 등 파이널리스트에 단골로 오르는 그 유명한 카포 치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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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친구는 저랑 친구라 제가 심사를 볼 수는 없었는데, 멀리서만 봐도 오픈서비스가 아주 멋졌고, 몰래(?)떠먹어본 커피도 아주 예술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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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2위를 차지하고 말았는데, 이유는 1위한 선수의 의무 서비스 점수가 넘사벽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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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오픈 서비스는 압도적으로 카포가 높았는데 의무에서 더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서 말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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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고 카포는 이 결과를 수긍하기 어려워 하는 눈치였지만 뭐 어쩔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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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도 의무 서비스 심사를 해봤지만 이게 조금 복불복이긴 합니다.
어떤 커피가 먼저 나오느냐를 시작으로, 내 입의 피로도가 올라간 상황에서 어떤 농도의 커피가 나오느냐, 혹은 앞에 커피가 어땠는가에 따라서도 점수가 2-3점 휙휙 움직일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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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기계가 하지 않고 인간이 심사를 하는한 블라인드 심사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센서리적 오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또 대회니까 우라는 그에 맞춰서 준비를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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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월드 우승자인 테츠를 보면 늘 의무점수가 높았죠. 그러면서 그는 제게 몇가지 특별한 방법을 이용한다고 말해줬습니다. (뭐 별거 없긴 하지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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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는 저도 그걸 기억했다가 저의 선수들에게 그 비법 아닌 비법을 활용해 봤는데요. 그게 진짜 통한건지 위에 순위 표에 보이듯 의무점수가 꽤나 높게 나오기는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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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몇몇 선수들은 오픈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의무때문에 탈락한 경우도 보이는데, 그렇다면 의무서비스는 운도 따라주긴 해야겠지만 해당 대회에 사용될 콩에 맞는 전술을 만들어 보는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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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뭐든 그렇지만 정답은 없겠습니다.
그래도 정답이 없다고 해서 그냥 100% 운에 맡겨서도 안되겠지요. 그것이 내년에는 더 치열해질 의무서비스 부문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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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마지막으로 콩에 대해서 적어보겠습니다.